한 문장의 춤


희곡에서 발췌


3.

말하여지는 것, 말하게 되는 것으로의 생산이 결국에는 힘을 잃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처럼 또 다른 생산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생산이 또 다른 생산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니,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냥 그렇게 된다. 하지만 닳고 닳아버린 톱니바퀴에 다시 이가 생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 슬픔 등의 감정적 동요, 몸부림, 한 번의 후회와 자책, 한 번의 탓함, 한 번의 눈감음. 눈감는 것은 언제나 그렇게 쉬웠다.

그리고 어떻게든 톱니바퀴의 달라져버린 이는 다시 자란다. 또 한 번 무너질 수 있지만, 또 한 번 마모될 수 있지만. 그런 것이다.

과거의 질책과 현재의 탓함. 다시금 알게 되는 환상의 질서. 이것을 깨닫기까지 그렇게 무수한 도모와 실험과 착오를 거쳤단 말인가. 이것을 깨닫기까지 그렇게 내달렸단 말인가.

무언가가 달라진다. 무언가는 힘을 잃고 무언가는 힘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행위를 발견한다. 종이를 먹는다. 종이를 먹는 행위가 좀 더 명확하게는 이것들을 소화시키려 한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정확히 먹고 배설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 바로 이것으로부터 다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

이제 이것은 하나의 춤이 된다. 아니, 아직.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려고 한다. 시도가 있고 가능이 있고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주사위를 한 번 더 던질 수 있다. 6이 나왔다면 다음에는 2가 나올 수도 있다. 1도 나올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수는 언제나 나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다. 우연의 조합들, 우연의 주사위 던지기. 우연의 만남, 우연의 치유, 우연의 욕망. 그래서 이제 이 욕망은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환상은 새로운 그러나, 생산이 “극복된 생산”이나 “변형된 생산”이나 “해방된 생산”을 낳을 수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지금. 혹은 지금이 아니어도 좋다. 다 좋다.

결국 이 주사위 던지기는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제한

-정확히 상태를 가질 것.

-그 상태의 모든 움직임의 선이 텍스트가 될 것. 막연한 움직임으로 보여지지 않을 것. 이것을 위해 배우들은 훈련한다.

-정확히 모든 신체가 선을 그릴 것.

-상태에 따른 리듬과 포즈를 가질 것.

-상태를 그대로 드러낼 것.

-말하고 싶다면 말할 것. 대신 문장이 아니라 단어로 말할 것.

-폭력적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기계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

-이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것.


신체에 대한 예제

자, 이제 각각의 조각상은 수없이 많은 조각상들의 연결이 된다. 텍스트가 된다. 이야기가 된다.

-오로지 즉흥으로 움직인다.

-배우 개인의 억압이나 결핍이 완전한 개인성을 가진다.

-각각의 배우들은 행위에서 다음과 같은 신체화를 이루어 낼 것.

즉흥, 즉흥, 오로지 즉흥. 어떠한 경계도 한계도 없고 어떠한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는 춤.


신체화

어느 순간 누군가 들지 못하는 책의 부분을 찢는다. 누군가가 다른 책의 부분을 찢는다. 그것들이 이어 붙어질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무언가 비어 있다. 아직은 문장이 되지 못했다. 아직은. 좀 더 다양하게 찢고 찢은 부분을 다시 찢어 이어 붙인다. 어? 이것은 다른 음절이 된다. 한 음절을 씹어 삼킨다. 한 음절을 뱉어낸다. 다시 이어 붙인다. 하나가 붙었다. 그래서 단어 하나가 된다. 이것은 우리가 충분히 들 수 있다. 이것은 무겁지만 적어도 들 수는 있다. 다시 든다. 좀 더 많은 책들의 부분을 찢어 소화해낸다. 말 그대로 진짜로 먹고 소화시킨다. 즉흥이다.

즉흥이 구체화된다. 신체가 가지는 보편적인 움직임이 이야기가 된다. 처진 어깨, 꿇린 무릎, 숙여진 고개, 이것이 신체가 되고 움직임이 되고 상태가 된다. 그리고 춤이 된다. 이 춤은 아직은, 그러나 아직은 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해방되지 못했으므로. 그래도 춤이라고 하자. 그렇게 부르자. 춤 말고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래서......

시간의 씨줄에서 벗겨진 외딴섬처럼 홀로 남은 존재들. 내부에서 발생한 균열을 곱씹는다. 저마다의 고독은 무게가 다르되 평형하다. 존재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그들은 찢어진 페이지처럼 텅 비어 있기에 그러나 충만하다. 책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든다. 스스로 에게 벗어난다. 극복해야 할 것들은 아직 남아 있다. 극복해야 할 것들이 신체를 구성한다. 신체는 그 자체로

조각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