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기억, 주사위


혜화동 1번지 소극장


희곡에서 발췌

반이 : 이제 나가볼까? 그래도 되겠지?

차우 : 그러자.

복연 : 응.

우림 : 그래.


그들은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문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다시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


사이.


반이 : 주사위…… 한 번 더 던져도 되는 거지?

우림 : 그래도 되지 않을까?

차우 : 나도 그러고 싶어.

반이 : 그치?

복연 : 그럼 한 번 더 던지자.

반이 : 응. 우리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들은 주사위를 던진다.


사이.


다시 한 번 주사위를 던진다.


사이.


다시 한 번 주사위를 던진다.


사이.


반이, 일어나 시계 앞으로 간다. 차우, 복연, 우림도 일어나 무대 곳곳에 자리 잡는다.  


-조각상의 신체를 위한 텍스트.


오후 3시. 주사위를 던지기 좋은 시간. 혹은 그 시간으로의 내던져짐.
내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를 확인하기 좋은 시간.

하나의 숫자가 나왔다. 우리는 이 수를 긍정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주사위를 던진다. 두 번째 시간. 필연의 긍정. 우연의 모든 부분들을 다시 모으는 수. 우연 자체의 재생산.

재생산.

지금……이미…… 또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이 조각상들. 한때 숙인 고개와 쳐진 가슴으로 밑으로, 밑으로 빠져들었던 이 조각상들. 이제는 조각상의 머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비로소. 언제까지나 주사위를 던질. 바로 이 들려진 고개가. 들려진 머리가. 멀리 닿는 시선이.